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Dahoon Nam, Gargoyle on the Monastery of San Juan de los Reyes, 2025, acrylic on styrofoam, 550x180x170mm

남다현, 산 후안 데 로스 레예스 수도원의 가고일, 2025, 스티로폼 위에 아크릴, 550×180×170mm

남다현의 물총 작업 <Gargoyle on Monastery of San Juan de los Reyes> 는 워터밤(Waterbomb)이라는 대중 축제의 맥락 안에서 펼쳐지는 유희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개입이다. 워터밤은 물과 음악, 젊음의 에너지가 뒤섞인 쾌락의 축제다. 그러나 남다현은 이 축제의 한복판에 고딕 성당의 가고일(gargoyle)이라는 전혀 상반된 상징체계를 소환한다. 가고일은 중세 유럽에서 지붕 위의 빗물을 외벽으로 배출하는 건축적 장치였으며, 동시에 불결함과 악령을 몰아내는 수호적 상징으로 여겨졌다. 그 괴기스러운 형상은 교회를 보호하고, 성스러운 공간을 외부의 혼돈으로부터 구별 짓는 역할을 수행했다.

 

남다현은 이 형상을 물총으로 재현하며, 스페인 톨레도에 위치한 산 후안 데 로스 레예스 수도원(Monastery of San Juan de los Reyes)의 실제 가고일을 모티브로 삼았다. 성스러움과 세속적 쾌락이 교차하는 이 장치는, 관객이 물을 쏘는 축제의 놀이에 참여하면서도 무의식 중에 중세의 상징기호를 손에 쥐고 조작하게 만든다. 이때 물은 더 이상 성당이라는 성스러운 공간에서 정결함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, 웃고 젖고 싸우기 위한 쾌락의 매개로 기능한다.

 

작업은 종교적 장엄성과 소비적 유희, 경건과 육체성의 충돌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. 물은 동일하지만, 그 물이 나오는 ‘입’은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. 그것은 더 이상 하늘을 향한 기도와 두려움을 담은 조형물이 아니라, EDM과 젖은 옷, SNS 셀피가 교차하는 축제의 장난감으로 재탄생한 것이다.

 

이 물총은 결국 하나의 "현대적 가고일"이다 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기도 대신, 더위를 날려버리기 위한 놀이를 수행하는 존재다. 남다현은 경건과 공포의 상징이 대중 축제의 장난감으로 전환된 이 전복의 순간을 통해, 성스러움이 어떻게 유희와 소비의 도구로 탈바꿈했는지를 드러내고, 우리가 지금 쥐고 있는 ‘쾌락의 상징’이 어떤 역사적 아이러니 위에 서 있는지를 되묻는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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